‘글로벌 진출 도움’ 외치는 업계… ‘약가’는 생태계 거름이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연구개발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곧 정부가 내놓을 혁신신약 보상방안에는 국내 신약개발의 유형을 감안한 실효성있는 지원책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히트미디어/히트뉴스가 주관한 ‘신약개발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이같이 주문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국내에서 개발한 계열별 최고(Best-in-class) 신약이 가중평균가로 인해 국내에서 대체약제 보다 낮은 약가를 받게되는 상황에서, 국내의 투명한 약가시스템에 의해 해외에서도 높은 약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이중약가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좌),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우)

서영석 의원은 축사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국의 약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어떻게 약가를 결정하냐에 따라 전 세계 약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며 “이제는 우리도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에 우리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8월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FDA허가를 받으면서 연구개발을 통한 신약개발이 국내 제약바이오의 나아갈 길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최근 제약바이오가 용기를 가지고 바다로 나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달하게 하는 순풍이 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내약가, 가뜩이나 낮은데, 전 세계가 알아”

먼저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를 개발한 김존 온코닉테라퓨틱스의 대표는 한국시장에서의 약가투명성이 해외시장에서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중약가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존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
김존 대표는 “한국시장에 있어서 약가투명성이 중요하겠지만 기업입장에서는 해외시장으로 나갔을때의 영향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의 가격을 참조하면서 해외약가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완제약 수출뿐 아니라 기술수출하는 과정에서도 악영향을 받게되면서 기업들이 해외수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현행 위험분담제에서 활용하는 표시가와 실제가를 다르게 하는 방법을 수출기업에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10년간 자큐보를 개발하면서 총 5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는데 후속 신약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R&D 비용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큐보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바로 수익이다. 약가는 신약개발을 위한 가장 강력한 유인동기”라면서 “K신약이 해외에 진출하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또 다른 신약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동철 중앙약대 교수도 국내의 가격고시제도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행정적인 부담이 된다면 해당 기업에게 부담을 지워서라도 글로벌 진출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촉구했다.

서 교수는 “국내에서는 신약이 대부분 Best-in-class 약물로 대체약제와의 비교를 통해 약가를 낮게 받고 있어 기업이 해외약가를 산정해야하는 경우 가격고시제도를 유연화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차원의 행정적인 비용은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대상 기업들과 논의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FDA에서도 신약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신속심사를 위해 제약사에게 더 많은 비용을 내도록 한다. 행정적인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김상종 위원장, 박관우 변호사, 서동철 교수, 이재현 교수, 유승래 교수

신약의 혁신가치 보상안 ‘실효성’이 핵심

김상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전문위원장은 정부가 신약개발 의지를 가진 제약사들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상종 위원장은 “정부가 혁신신약 약가제도개선안을 처음 고민했던 이유는 국내에서는 자국신약의 가치보상을 위한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실효성있는 정책을 통해 연구개발과 신약개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중약가제의 경우 최소한 국내 보험재정 측면에서는 재정중립적이지만 수출 측면에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효율적인 제도”라면서 “제도를 만들고 신약을 거기에 맞추려고 하면 또 유명무실해지는 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국산 신약들이 한국에서 수출로 해외로 뻗어나갈 때 정부에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동덕약대 유승래 교수도 정부가 신약개발을 장려한다는 정확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외국의 수출을 해서 기여할 수 있는 제품들은 표시가 개념으로 연구개발비용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큰 틀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그냥 단순히 표시가를 올려주는 제도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제약사에게 연구개발을 독려한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신약의 약가산정시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기존약 대비 동등 혹은 개선여부만으로 단순화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비용을 비롯해 세부적으로 가치평가 기준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관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위험분담제를 통해 이미 이중약가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근거마련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변호사는 “이중약가제도는 위험분담제나 사용량 약가연동제에서 표시과와 실제가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이미 일정부분 도입이 됐다고 봐야한다”며 “토론회 이전에 검토해봤는데 행정규칙 등의 개정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수출할 때 업체들에게 도움이 주기위해 이중약가제를 본격 도입할 것인지의 문제”라면서 “현재 정부에서는 혁신신약 약가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향후 실효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약의 사회경제적 가치, 고려할 만하지만…”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사진 왼쪽), 손태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보험당국에서는 신약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려할만하지만 따져볼 것이 많다는 입장이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7.7약가제가 결국 안되기는 했지만 방향성에서는 맞다고 보고 있고 이번에는 시행착오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이중약가제의 실행을 위해 약가투명성이 저해되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제도자체가 투명성은 내려놓고 보는 것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호가 넓어지기 때문에 적응증 확대할때도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고 계약을 다시 해야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국내신약도 그런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그동안 위험분담제가 주로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여서 환급에 행정적인 부담은 적었지만 앞으로는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태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그간 연구개발에 쏟은 투자 노력 등을 고려해 좋은 가격으로 빠르게 약을 공급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혁신신약 보상방안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데 세부적으로 개선 중이고 조속히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신약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는 고려할만하지만 위험분담제의 취지는 사실 신약을 효능 및 효과가 보험재정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분담하기 위한 것으로, 상충되는 부분이나 해당 재원 등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출처 : 히트뉴스(http://www.hi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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